
‘가인이여’ 송가인이라 쓰고 여럿 가수로 읽는다. 2019년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송가인(본명 조은심33)을 제외하고는 말할 수 없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트로트 가수가 단숨에 스타 가수로 떠오른 것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감동을 능가한다.
그 시작은 2019년 봄 방송된 TV조선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만든 이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주목도가 별로 없었다. 트로트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통할 것인가, 또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종편TV조선에서 가능할 것인가. 그런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방송되는 날에는 어김없이 ‘미스트롯’과 ‘송가인’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방송사들조차 이 놀라운 반향에 당황할 정도였다. 송가인은 경연자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마침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는 본방송을 사수하며 응원한 팬들이 있었다.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전 연령층이 고르게 시청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의 연령층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후 송가인은 자신의 가수 인생뿐만 아니라 2019년 가요계 이슈를 하나씩 쓰고 있다. 우승 후 TV조선 ‘아내의 맛’, ‘뽕 따러 가자’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시청률을 견인했다. 또 여세를 몰아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프로그램마다 이른바 ‘송가인 효과’를 보면서 그녀는 예능 우량주가 됐다. 실제 송가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평소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가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는 4천여석의 표가 발매와 함께 매진됐다. 또한 콘서트를 통해 발표한 신곡들이 단숨에 각종 음원 순위에서 상위권을 점령했다. 급기야 생애 첫 전국 일주 콘서트에 이어 미주 지역에서 콘서트를 여는 등 슈퍼스타급 행보를 이어갔다. MBC는 송가인 콘서트를 주말 골든타임 녹화 중계하며 최고 8.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이례적으로 재방송까지 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거세게 몰아친 송가인 현상의 이면에는 아이돌에게만 있었던 열렬한 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송가인의 공식 팬카페 ‘어게인(Again)’은 현재 가입자 수가 4만5000명에 육박한다. 다양한 연령과 지역을 아우르는 팬클럽은 투표로 지역장을 선출하고 송가인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영상과 사진, 일정을 팬카페에 올리고 유튜브는 물론 각종 음원 순위에서 ‘스트리밍'(스트리밍)을 통해 송가인의 순위를 끌어올린다. 놀랍게도 적극적인 활동의 중심에는 50대와 60대, 아버지와 어머니뻘 되는 중년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다른 열성 팬들과의 차이점이다.

「호사 타마」라고 단숨에 스타가 되어 소문이 나기도 했다. 회당 3천만원이 넘는 행사비가 알려지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고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불과 1년도 안 돼 30만원 안팎의 행사비가 3천만원으로 올랐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의 행사비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금액은 아니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또 팬카페 운영자의 회비 횡령 여부도 있어 병역비리에 연루된 MC몽의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송가인은 겸손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로 대처해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잠재웠다.
전남 진도 출신인 송가인은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했다. 진도씻기 굿 전수교육 조교로 일하던 아버지 송승단씨의 영향이 컸다. 목포 명창 박금희씨로부터 판소리 「수궁가」와 「춘향가」에 사사한 송가인은 중앙대학교 음대를 졸업하였다.
대중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것은 철저한 무명생활을 거쳐 꾸준히 실력을 다져왔고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됐다는 데 있다. 2012년 정통 트로트곡 ‘산바람아 강바람아’와 ‘애가’가 수록된 데뷔 앨범을 냈지만 7년간 철저한 무명이었다.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행사비 대신 농산물도 받는 가수였다.
송가인은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만드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도의 한 작은 섬에서 태어나 판소리를 전수받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해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명의 슬픔을 견뎌냈다. 하지만 실력을 갈고닦고 실력을 쌓아 마침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이다.
송가인의 또 다른 장점은 이른바 안티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 리서치 업체 조사에 따르면 송가인은 연관 검색어에서 긍정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인 검색어는 수치로 2~3%도 안 돼 ‘웃긴다’ ‘좋다’ ‘재밌다’ 등의 키워드가 많았다는 것이다. ‘트로트’, ‘뽕’, ‘진도’ 등 그의 신상에 대한 검색어도 많아 노래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로서 송가인의 약점은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 히트곡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구축한 인기에 몇 개의 히트곡이 더해진다면 송가인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가요계에서 트로트 가수는 스타로 삼기는 어렵더라도 스타가 되면 오래 갈 수 있다는 정설이 있다. 주현미부터 장윤정은 물론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에 이르기까지 장수하는 트로트 여가수들이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2019년 대중문화계는 송가인으로 시작해 송가인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녀를 능가하는 아이콘은 있을 수 없다.
오광수 경향신문 부국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