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나요?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딸

들어가면 최저 시청률 30%를 보장하는 KBS 주말드라마. 최근 배우 지현우, 이세희 주연의 ‘신사와 딸’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배우 지현우는 이 드라마로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초반에는 이 배우가 중년에 아이 셋을 둔 아빠 역할을 한다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고 실제로 연기 톤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근데 계속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드라마 ‘신사와 딸’이 이제 방송 딱 6회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결말을 짓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최근 몇 년간 본 드라마 중에 이만한 고구마를 선물한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이용국(지현우)이 산절벽에서 굴러떨어져 다친 게 거의 4개월 전 이야기예요. 그리고 기억상실증에 걸렸어요. 막장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이 기억 상실증입니다. 어차피 막판에 가기로 하면 기억상실증, 지겹더라도 웃어 넘길 수 있다. 이거예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무려 4개월째 끌고 있다니 이건 이 드라마 ‘신사와 딸’의 작가와 연출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자꾸 꺼내 우울증을 느끼다 보니 기억상실증이 단기, 부분 등으로 나뉘어 정말 다양한 기억상실증이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악녀 역을 맡은 조사라(박하나)의 악행 개연성은 그야말로 흙으로 파고들어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모든 사실이 들통난 지난주 방송에서는 갑자기 참회하며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 세종의 친아버지가 그녀의 악행을 대신 해주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하고 오래된 이야기를 온 가족이 시청하는 KBS 주말드라마로 보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기억상실증 하나로 몇 달 동안 끌어보면 보는 시청자들은 지치고 이제 그만 하라는 식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단 그래요. 이제 여러 등장인물을 연결하고, 이로써 자극적으로 극을 진행하다 보면 정작 선량하고 빠진 주변 등장인물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박단단(이세희)의 사촌인 강미림(김이경)과 봉준호(양병열)의 러브스토리는 도대체 왜 나오나 싶을 정도로 겉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단당의 가족 또는 이용국의 가족은 모이면 이 두 사람의 기억 상실에 관련된 대사만 끈질기게 외울 뿐 이들 가족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거라면 불필요한 등장인물은 단숨에 줄이고 박단단과 이용국, 그리고 조소라의 삼각관계에만 집중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이것도 끌고 슬슬 결말을 향해 달려갈 테니 제가 백일 욕을 해도 되겠네요. 뭐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해피엔딩이니까 두 주인공이 극적으로 맺어지지만 전혀 개운치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시점에서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이용국이나 박단당이 아니라 조소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얄밉긴 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로 주변에 폐를 끼친 캐릭터이긴 했지만 설득력 있는 과거가 있었고, 그 사정을 알게 되면 왜 그녀가 악행을 하게 됐는지 고개를 끄덕이니까요. 더불어 배우 박하나는 연속극에서 갈고닦은 강력함을 이 드라마 ‘신사와 딸’에서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오히려 조사라에게 당하고만 있는 이용국과 박단단을 욕하게 됩니다. 어떡해요, 배우 지현우와 이세희도 대본에 적힌 대로 연기를 할 거고 연기하면서 답답해도 연출가 지시대로 캐릭터를 살려야 하니까요.

이제 6회밖에 남지 않은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딸’. 3월 13일 일요일 시청률은 38.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네요. 그런데 사실 이 시청률은 이 드라마가 정말 재밌어서 나온 시청률이 아니라는 것,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 시간대에 특별히 보는 드라마는 없고, 그렇다고 넷플릭스나 기타 OTT 서비스에 돈을 들이다니 아까운 사람들은 대부분 이 드라마를 의무적으로 달아놓으니까요. 시중에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소년 심판’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보면서 탄식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왜 지상파 또는 종편으로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없느냐 하는 거죠. 무분별한 PPL은 기본이고 여러 숨이 들어가 산에 가는 스토리, 이제는 하는 온 가족이 모여 보는 주말드라마에도 기억상실증을 주요 소재로 한 막이 오가는데 반성을 한다고 해서 이게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마쿠하리에서 개판 5분 전의 스토리를 단 6회에 교통정리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다듬고 고칠 것은 깎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딸’입니다. 정말 오랫동안 KBS 주말드라마 시청을 고수해온 저로서는 이 드라마처럼 처참하고 답답한 전개를 처음 봐서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정말정말 재미있었던 전작 <한번 다녀왔습니다>가 생각나네요. 이 드라마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 정도면 될 것 같은 정도만 잘 마무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코로나를 피해 촬영을 이어온 건 정말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었을 텐데, 이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결말, 꼭 만들어서 시원한 사이다를 저를 비롯한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안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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