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에만 한국에서 2만 건의 차량 충돌이 발생했고, 차량 충돌 사고로 4,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차량 충돌 사고의 증가를 막고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미래 도시교통 연구자들은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차량 충돌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힘입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승용차가 기사 없이 부드럽고 정교하게 순항시켜 준다. 미국과 싱가포르에서는 기사 없는 차량이 이미 거리를 달리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 현재 600대의 자율주행밴을 운영하고 있다.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융합은 자율주행 차량의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정부는 1조7000억원(세종 7000억원, 부산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세종시 5-1 지역과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시티’ 시범도시를 2021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기사 없는 자동차’를 필두로 한 새로운 교통기술의 출현은 20세기 도시문제 해결을 도와 21세기 스마트시티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 새로운 교통 기술의 출현은, 21 세기를 사는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가져올 것인가?」,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인가?」, 「스마트 시티의 실현을 위한 준비를 도시 계획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버, 리프트, 카오택시와 같은 공유차량의 출현은 이미 도시 내 주차장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소시키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21 세기의 스마트 시티에서는 현재의 주차장 면적의 10~15%정도라면 주차 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리프트와 우버가 다니는 일부 도시에서 주차장 면적이 줄었다. 주차 공간 축소는 시내 주차 부지의 대대적인 재개발을 일으킬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시간당 120mile 정도의 속도로 사람들을 도심에서 더 빠르게, 더 멀리 나가는 장거리 통근을 가능하게 한다. 대도시권으로의 통근 거리는 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라 토지 공급이 증가하므로 지가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결국 20세기 도시의 악몽인 도시 난개발 현상은 종말을 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아침 자연환경을 갖춘 강원 평창시의 전원주택지에서 서울로 출근하거나 서울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초원거리 통근자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로 부산 대구 광주 목포 등 원거리에서 출퇴근하는 하이퍼스플로르도 등장한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은 도시 내 물리적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가구(블록)에 짧은 승하차를 위한 공간을 배정해야 하므로 가구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에 자율주행차가 건물 커브 사이드로 접근하려면 자전거 또는 노선버스 차선과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주행차량이 짧게 주정차할 수 있는 공간수요가 증가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가구 디자인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기사 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출현은 작게는 도시 내 블록 규모, 도시 구조, 광역 차원의 인프라 구조의 변형을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차 선발대인 공유차가 가져올 충격은 도시의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이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공유 차량의 등장은 운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레드 오션으로 내모는 충격을 주고 있다. 운전기사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말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개시에 반대해 택시기사 2명이 목숨을 끊고 1명이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은 승용차 트럭 버스 등 종사자의 일자리를 소멸시키기 때문에 정부는 운전자를 신속하게 다른 산업부문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자율주행차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자율주행차 운행을 무력화시키려고 정권에 반발할 것이고 이는 사회 내의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다. 110년 전 포드 모델의 T 자동차가 거리에 등장했을 때 받았던 혼란과 충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운전자 없이 다니는 차는 지난 세기의 고질적인 도시문제였던 교통체증, 주차장 부족, 정체 스트레스로 인한 난폭운전 등을 제거하고 정체 없이 장거리까지 안락한 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21세기형 스마트 도시의 청사진이 마치 유토피아처럼 그려졌지만 운전자 없는 차량의 등장은 도시계획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용도 지역제(조닝)에 의한 도시 내의 토지의 기능 분리는 무력화되고, 혼합 용도의 토지 이용이 대세가 되어, 직주 근접의 원리와 같은 20 세기 창안된 도시계획 기술은, 21 세기의 스마트 시티에서는 그 존재 의미를 잃을 것이다.
기사 없는 승용차 시대 도래는 건물이 들어서는 도시 상부구조와 통신선로 등 광케이블이 매장된 도시 인프라 구조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계획은 토지이용과 교통을 통합해 21세기의 새로운 도시형태를 제시할 책임이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교통 전문가나 건축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형태의 실현은 기술영역만의 과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글 : 조재성 대표 21세기글로벌도시연구센터(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출처 : 한국교통연구원 월간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