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줄까? | 당신의 인생이야기

외국어를 배우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확실히 외국어를 배우니까 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리는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대표적인 사례도 많다. 색을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을 다른 노란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유명한 예 중 하나인 프랑스어 ‘빠삐용’은 한국에서 ‘나비’와 ‘나방’으로 구분하는 두 생명체를 묶어 부르는 단어이다. 따라서 프랑스에 ‘나방’은 없다. 그리고 이 밖에도 단어 자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여한 언어도 있다.

그럼 언어는 정말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런 상상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낸 책이 바로 ‘당신의 인생 이야기’다. 이 책은 이미 SF계의 거대한 거성이 돼버린 테드 장의 여러 단편선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 중에서 ‘당신의 인생 이야기’라는 단편선만 읽고 난 뒤의 생각을 남기는 중이다. 먼저 매우 깊고 생각할 것이 많은 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SF나 이런 생각의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어 설명하자면 테드 장 소설 ‘너의 인생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는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의 언어를 언어학자인 루이즈가 배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루이즈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한다.

이 정도만 간단히 듣고 여기서 먼저 질문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정말 생각이 달라지는지에 대해 이미 연구된 언어학 이론이 있는데, 이것을 보자. 이 이론은 사피아워프 가설로 외국어에 몰두하다 보면 뇌를 재설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콘택트(원작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즉, 사용하는 언어가 생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 pawelskor, 출처 Unsplash 학계에서 사피아워프 가설은 두 가지 해석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강한 해석이고, 사용하는 언어가 생각을 결정한다는 것이고, 하나는 약한 해석으로 언어가 사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강한 해석은 사고의 근본부터 변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한 해석은 이미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제외한 소설에 등장한 적이 있다. 바로 책 1984지만 저자 조지 오웰도 소설 속 배경국가에서는 자유의지를 뜻하는 ‘free’라는 단어가 없는 newspeak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생각을 제한한다.

그러나 학계에서 강한 해석은 잘못된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저자인 테드 장 역시 틀렸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엄 촘스키가 주장한 많은 언어가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으면 생물학적 특성이 있다고 말한 언어 보편성 이론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 속에서 즐거운 것은 책 속에 나오는 새로운 언어인 ‘헵타포드 B’는 공통점이 있는 인간이 만든 언어가 아니라 외계인이 만든 언어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과연 언어는 우리의 사고방식 전체를 바꿀 수 있을까.

© Elisa Riva, 출처 Pixabay_

이 책은 꼭 이런 질문만은 아니더라도 매우 많은 질문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본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또 표의문자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에 대해서다.

안타깝게도 나는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처음 본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나온 ‘콘택트’를 먼저 봐서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기보다는 생각나게 된 부분이 많았다. 만약 처음부터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읽었더라면 더 많은 상상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나는 단순 언어보다 환경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니고 한국어 중에서도 긍정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언어 역시 그 환경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어에 대해 좀 더 중점적으로 생각해봤다. 어쨌든 해당 국가의 언어를 알아야 그 나라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단순히 AI가 번역해준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 제2외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너무 좋은 책이었고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많았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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