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유랑-7]하루 전 – 핸드폰 해지하기

옛날 일지(v1.2) – 2003.4월 드디어 오늘은 핸드폰을 해지하는 날. 3개월까지는 정지시켜도 되지만 넘으면 다시 자동으로 개통한 곳에서 해지한다.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혹시 모르니까 운전면허 따고(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늦게 땄어) 국제운전면허증도 만들고 예비군에 출국신고하고 전세 계약한 자취방 후배들한테 대고 집안일도 잘 정리해서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사람들 인사도 하고 핀도 열고 전기세 가스비 자동이체도 바꾸고 인터넷 명의를 바꾸고 매달 드는 유지비를 1년치 미리 입금하고 1년 정도 쓸 필요 없는 것을 팔고 나눠서 당연히 여행정보도 모으고 예약도 했다.근데 이래서 학생 때 가야 되나?보통 짐만 싸서 가는 곳만 생각하며 출발하면 되는 여행이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독립해서 혼자 살고 6개월 이상 여행하려면 남겨질 것을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두 배로 많다. 왠지 그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정말 많은 것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구나 싶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쓰던 것과 매달 정기적으로 다녀온 모임, 매달 나오던 공과금이 이렇게 많았던가.4월에 나가려면 올 봄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평소의 나에게서 한동안 단절되기는 쉽지 않았다.사람들의 또 다른 반응.바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멋진 생각이다.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말이 진짜 직장을 그만둔 뒤 슬슬 바뀌기 시작했다. “꼭 그렇게 오래 가야 해?”, “다녀와서 뭐해?” 그렇게 튀고 싶어?”, “전쟁 중이라 위험하지 않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신기하다. 나날이 가까워질수록 귀찮아지거나 주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진다. 초심을 지킨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같은 나이면서 전혀 다른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이다. 이런 귀찮은 것을 벗어버린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기대된다.

유랑 출발 전 사진

머리도 많이 자랐다.

고쳐쓰는 옛날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퇴사하고 나서도 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게다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모든 것을 배낭에 맞추다 보니 이것저것 손해도 본 것 같다.이렇게 하나에 집중할 날이 또 있을까.

고쳐쓰는 옛날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퇴사하고 나서도 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게다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모든 것을 배낭에 맞추다 보니 이것저것 손해도 본 것 같다.이렇게 하나에 집중할 날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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