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가수 카이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

대학 3학년 때 목소리를 잃었지만 계획된 연단을 거쳐 회복

2000년 서울대 음대에 수석 합격했다. 서울예고 출신으로 성악과에 입학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사람들은 나를 주목했다. 하지만 3학년 때 목소리를 잃었다. 세계적인 큰 오디션을 앞두고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용하다는 병원과 의사들을 찾았다. 목에 좋은 건 다 먹어봤지만 한번 잃은 목소리를 회복하지 못했다. 성악가의 꿈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계를 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공익요원으로 서울 세곡동 농촌지도소에서 농사를 지었다. 난생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9900m(3000평)의 밭에 배추 토마토 상추 배 등을 키웠다.

마음이 정말 편했어. 계절에 따라 온갖 음식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 그동안 분별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 아무리 피땀 흘려 노력해도 때가 안 가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목소리를 찾느라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거칠게 변한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하지만 예전의 그 목소리는 아니었다. 미성의 테너였지만 중저음의 바리톤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복학을 하고 4학년 때 대중음악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음악인 검색 순위에 ‘카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 파트너로 정식 데뷔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작곡가 김형석 씨 발탁, 서울대 성악가 출신 등 독특한 이력 덕분이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의 정통 코스를 수강했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성악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의 생각이었다. 중학교 음악교사였던 어머니는 나를 임신했을 때 찬송가를 부르며 노 젓는 아이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 임마누엘교회(남정우 목사)가 모교다.

미션스쿨인 서울예고에 다니면서 3년간 선교부장을 지냈다. 외환위기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때였다. ‘돈이 없으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2학년 때 담임 강영애 선생님의 기도와 사랑이 큰 힘이 됐다.

그동안 신앙의 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어머니는 아직 투병 중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힘들 때는 손가락도 제대로 쓸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의대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음악가 되라고 했다. 부와 명예보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되라고 기도했다.

학창시절 나는 최고의 선생님들을 만났다. 성악가 1세대로 서울대 명예교수를 지낸 안현일(84) 테너가 큰 스승이다. 레슨비가 없을 때 무료로 알려줬어.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에서 주역 가수를 맡고 있는 김석철 테너도 은인이다. 대학 시절 대가 없이 넓고 깊은 음악의 세계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나는 칭찬할 만한 음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꼭 찬송가를 불러서가 아니라 어떤 노래를 부르든 예수님 모양을 닮아 바른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고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가 안 돼도 돼. 좋은 음악과 가수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크리스천 가수가 되고 싶다. 12세 때부터 KBS 어린이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서울대 박인수 교수에게서 성악을 배웠다. 동아음악콩쿠르와 오사카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정통 코스 대신 대중음악이라는 다른 길을 주셨다.

2008년부터 대중가수와 함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알레산드로 사피나의 루나(Luna)를 번안해 불러 디지털 싱글 앨범을 만들었다.

나의 이런 경력에 조수미 씨가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전국 투어 드림 위드 미의 파트너로 선택했다. 알레산드로 사피나, 드미트리 후보로스토프스키 등 그동안 조씨가 선택한 듀엣 파트너의 유명함을 봤을 때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카이라는 크로스오버 가수는 아직 어설픈 이름이다. 하지만 5년 뒤에는 서울올림픽체육관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10년 뒤에는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엄마야. 올해 환갑이다. 눈이 나빠서 잘 못 보겠다. 5월에는 수술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첫 싱글 앨범 벌을 냈다. 2일에는 ‘이별이 먼저 오고 있다’를 냈다. 다음 달에는 정기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않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가장 좋다. 내가 만난 하나님은 틀림없는 분이다. 엄하고 빈틈이 없지만 상냥한 편이다. 원하는 것이라고 모든 것을 주시는 경우가 없다. 불량품을 사주지 않는 어머니처럼 하나님은 아무것도 주시는 게 없다. 때맞춰 딱 맞는 것을 주시는 하나님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자료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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