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 기자 입력 2019.11.06 03:09
NASA, 지난해 11월 외딴 보이저 2호가 보낸 자료 공개 우주입자 변화로 태양계 이탈 확인 지구서 182억km 성간 우주비행 중
40년 이상 우주를 비행한 미국의 심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에서 떨어져 보낸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발사돼 태양계 행성을 거쳐 지난해 11월 5일 태양계 밖 성간우주인터스텔라에 진입했다. 2018년 11월 5일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지난해부터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연구논문 5편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태양계 끝에는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줄어들고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입자가 늘어났다.
태양은 사방에 전기를 띤 입자를 뿜어내고 있다. 태양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고 해서 태양풍이라고도 불린다. 이 태양풍이 미치는 곳이 태양권(heliosphere)이고, 그 끝에서 성간 우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 태양권계면(heliopause)이다. NASA 과학자들은 보이저 2호가 관측한 태양계 끝은 좁은 타원형으로 굳어진 탄환과 같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우주 입자 변화로 태양계 이탈 확인
태양계 끝부분의 상세한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호는 보이저 2호보다 늦은 1977년 9월 5일 발사됐지만 성간우주에는 2012년 8월 먼저 진입했다. 앞서 발사된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1호보다 6년 늦게 성간 우주로 올라갔다. 보이저 1호의 경우 측정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이번 보이저 2호가 보내온 것과 같은 정확한 모습을 관측할 수 없었다.
NASA 과학자들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사실을 보이저 2호 주변의 플라스마 성질 변화를 통해 알아냈다. 플라즈마란 태양 표면처럼 온도가 높을 때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태양권의 플라스마는 온도가 높아 밀도가 낮지만 성간우주는 온도가 낮아 플라스마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저 2호가 태양권을 떠나면서 예상대로 플라스마의 성질이 바뀌었다고 NASA는 밝혔다.

태양권의 모양을 나타내는 그림 태양권 밖의 별들 사이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한쪽으로 불어오고 태양에서 나온 플라즈마도 그림처럼 한쪽으로 흘러내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심우주탐사기 보이저 1호와 2호는 각각 2012년 8월, 2018년 11월 태양풍이 미치는 태양권에서 벗어나 성간우주로 진입했다. /NASA
태양권 계면이 11년 주기로 허파처럼 늘어나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보이저 2호를 통해 입증됐다. 2012년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계면에 도착했을 때의 거리는 122.6AU(1AU는 태양과 지구 간 거리인 약 1억4900만 km)였으나 보이저 2호는 119.7AU에서 태양권 계면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떠날 때는 태양활동 극대기이고, 보이저 2호는 태양활동이 최저점에 가까울 때 태양권 계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보이저 1, 2호는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목성, 토성을 지나가다 서로 갈라져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1호는 토성을 거쳐 태양계 밖으로 향했고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탐사한 뒤 태양계 밖으로 향했다.
이번에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자료를 통해 두 탐사선의 위치를 확인해 태양권이 대칭적인 모습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 교수로 보이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에드워드 스톤 박사는 보이저 2호는 태양이 은하의 성간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며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새로운 자료가 없었다면 보이저 1호를 통해 본 것이 특정 부분이나 시간대 현상인지, 태양권 전체의 현상인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인들에게 전하는 한국어 인사도 담아
보이저 1호도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1979년의 보이저 1호는 당시 미지의 행성이었던 목성의 대적점(거대 폭풍)과 대기를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듬해에는 토성에서 12만 km 떨어진 지점에 접근해 토성 고리가 1000개 이상인 띠를 이루었으며 고리 사이에는 큰 틈이 있는 것도 밝혀졌다.
보이저 탐사선은 원래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4년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1989년 성간 우주탐사로 목표가 바뀌면서 42년째 탐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보이저 탐사선은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스윙바이 항법을 사용해 동력을 크게 절감했다. 행성 근처로 가서 액체 연료로 작동하는 추력기를 끄고 중력이 빠지는 대로 가속이 따라 이동해 방향을 틀었을 때만 추력기를 작동시켜 온 것이다. 마치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보이저는 이 기법을 이용해 목성 중력으로 추가 연료 소모 없이 시속 6만 km의 속도 증가 효과를 얻었다. 보이저에는 국어도 실려 있다. NASA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우주에서 조우하게 될 우주 생명체에 지구와 인류를 알리기 위해 각종 그림과 클래식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등을 담은 금제 은반을 보이저에 실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220억 km, 보이저 2호는 182억 km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다. 보이저 2호가 있는 곳은 빛의 속도라고 해도 16시간 반 걸리는 먼 곳이다. 비행속도는 시속 5만5000km에 이른다. 두 탐사선 모두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이 내는 열을 전기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보이저는 5년이 지나면 동력이 떨어져 더 이상 지구로 자료를 보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보이저 외에 태양계를 벗어난 탐사선이 없어 동력이 인정되는 대로 관측 자료를 전송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