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 및 제공 = 순수 먹킹]하나의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돌과 같다. 작은 파도를 만들어내고 결국 큰 파문을 일으키는 돌처럼 질문은 세계에 대한 작은 의문을 싹트게 하고 세계를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 보라. 어떤 대상의 본질을 알기 위해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봐라. 질문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를 더 명증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때로는 내가 모르는 세계를 일깨워준다. 그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당신이 쏘아올린 따뜻한 질문은 우리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 줄 거라고 믿어요.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서점 인공위성은 바로 이 질문의 힘으로 사람들을 응원하려는 독립서점이다. 질문 서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사람들에게 책과 함께 질문을 함께 기부받고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곳이다. 질문을 쏘아 올리는 발사대이자 주민들에게 동네 서점에 다가가려는 이 작은 서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눈이 내리는 1월 말 구로동을 찾았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순수 먹킹] #. 서점 인공위성
서점의 인공위성은 어떻게 시작된 공간인가요?
- 저희 매장 바로 옆에 보시면 일룩(2Look)이라는 이름의 건축설계실이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인데요. 건축에서는 건축주분들의 이야기를 건축을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전달하고 구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한계도 있고, 이야기의 한계도 있습니다. 서점을 열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약 1년간의 준비 시간을 거쳐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 실현 슬로건은 ‘Wesupport your thoughts’라고 합니다. 당신의 생각을 응원하다 라는 뜻입니다. 그 가치가 서점의 인공위성에도 그대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질문을 서점에 두고 이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질문이 파생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서점 인공위성’, ‘질문서점’이라는 이름이 정말 독특해요.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 – 이야기의 시작은 ‘대한민국은 지식은 많지만 질문 없는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답이 없다고 한탄하는 청춘들이 질문을 시작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다른 내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그 청춘은 서점의 인공위성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질문을 띄우자!”, “그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처럼 우리 곁에 질문이 공전하고 옆에 있어줄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질문 서점의 인공위성이 탄생했습니다.
- 누군가에게 소중한 질문을 던진 책을 기부하는 형태를 ‘질문을 쏘아 올린다’고 표현하게 됐고, 그런 질문들이 모여 ‘질문 점수’가 됐고, 그 질문을 우리 곁에 따뜻하게 공전해주는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과장되어 보일지 모르지만(웃음), 그 질문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 질문을 쏘아 올리기 위해 서점의 인공위성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서점의 인공위성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 –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은 책이나 질문을 기부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부해주신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 인터뷰 내용과 책을 함께 리패키징하고 있습니다. 리패키징은 책의 이름과 저자를 숨기고 기부자의 질문이나 재해석된 해시태그로 책을 소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인 거죠. 책과 연결되는 새로운 인공위성 주파수라고나 할까요? (웃음) 그 밖에도 올해부터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입니다. 저희가 매달 한 권씩 질문이 들어간 책을 선정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한 권을 추려서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고 있습니다.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파생하고 이야기가 더 많은 이야기로 나뉘어져 가는 일련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질문을 던지다라는 것과 책, 그리고 서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얽히는 게 너무 신기해요. 우리가 질문을 서로 공유할 때는 책을 매개하지 않아도 되고 서점과 책도 질문 없이도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해요.
- – 질문을 던지다’라는 것과 ‘서점’은 아까 말씀드렸으니까 ‘책’에 대해서 덧붙여볼게요. 책을 정말 안 읽는 사람도 만화 한 권은 읽을 수 있고 잡지 읽을 수도 있잖아요. 그만큼 책은 생활에 깊숙이 들어 있는 물건입니다. 거기서 나아가 모든 책이 질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질문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뭔가 답을 찾고 싶을 때 책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자신만의 답을 찾거나 다른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 사람이 전혀 생소한 조합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대한민국에 있는 독립서점, 동네서점 중에 질문서점이라는 제목을 붙인 서점은 없죠.[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금만 소개해 주시겠어요?
- –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만 소개하자면,
[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인데요. 기부하신 분의 손때가 그대로 남아 있는 책입니다. 표지에 보시면 기부하신 분의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이 궁금했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오픈할 때 ‘우리 서점다운 게 뭘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나다운 것’에 대해서 묻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넘기면 책을 기부해주신 분과의 인터뷰를 볼 수 있고, ‘나다운 일’에 대해 고민한 과정도 나와 있습니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그 다음은 대표님이 기부한 책입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우리 잘 걷고 있어요?’라는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의 여러 면에서나 암흑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달빛’이 아닌지,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잘 걷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선정했습니다.
기부된 책, 판매된 책 모두 표지가 보이지 않도록 새로 포장해 두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일종의 블라인드북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포장한 책을 해시태그북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책을 좀 더 편견 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혹시 표지가 그런 편견을 발생시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간결하고 직접적인 해시태그를 통해 책을 표현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책에 더 손이 가게 하자는 의도로 이런 방식의 포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럼 표지에 적혀있는 질문이 기부된 분들이 던진 질문인가요?
- – 네. 그 부분만 일부러 굵은 글씨로 써서 질문에 중점을 둔 거예요. 표지를 넘기면 기부해주신 분에 대한 정보도 들어있고, 그것을 보는 재미도 있지요(웃음).
[사진 촬영 제공=순 먹킹] 이 옆에 책은 ‘왜 사랑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할까요?’라는 질문이네요. 질문이 뭔가 신선해요.
-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침 기부해주신 분이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이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대요. 심지어 기부한 책이 전 남친 선물이래요.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웃음)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책이잖아요.
- 안에 보면 중간중간에 인터뷰가 끼어있어요.
- 인공위성 SNS를 통해 인터뷰를 공개하지만 업로드가 되지 않는 인터뷰도 있습니다. 나름의 묘미지만 서점에 오시는 분들은 책은 물론 질문에 얽힌 인터뷰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넘길 때마다 인터뷰 보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해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점에서요.
- 제 생각에 오히려 인터뷰를 읽고 싶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 같기도 해요. 다음 인터뷰 내용은 뭘까 궁금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웃음).
[사진 촬영 및 제공 = 순수 먹킹] 지금까지 받은 질문 중 본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 하나만 골라주시겠어요?
<마음의 집>이라는 책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어때요, 당신의 집은?”이라는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기부하신 방법도 재미있는 게 서점 앞에 몰래 두고 가셨거든요. 책 설명을 해보면 본인의 마음 상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일러스트가 굉장히 독특했고 글의 내용도 철학적이었어요. 본문에 “마음에는 방도 있고 계단도 있고 창문도 있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마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접근법을 하게 해줬어요. 또 제 마음도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지 공감도 되고 저 질문 자체가 큰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른 아침 편지와 함께 서점 인공위성 문 앞에 놓여 있던 책 한 권과 질문.10월 책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궁금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11월 책은 ‘우리 잘 걷고 있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에디터 씨가 생각하기에 서점의 인공위성만의 나다움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인공위성은 자주 걷고 있습니까?
- 어렵네요.서점의 인공위성의 역할이 “사람들이 질문을 갖게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것 같아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서점 인공위성의 나다움인 것 같아요.
- 서점을 연 지 벌써 3개월이 되었습니다. 사실 3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 기간 동안 잘 걷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1년 중에서도 1분기밖에 안 됐잖아요. 그런데 그래프로 그려보면 방문자의 숫자라든지 책이라든지 질문이 기부되는 양 등을 봤을 때 점점 상승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 요즘 이런 독립서점이나 대안서점들이 많이 생겼는데 오래 유지되는 건 많지 않잖아요. 어느 날 생겨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요. 대한민국에서 서점이 그렇게 좋은 수익 수단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서점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까?
- – 저희 대표는 적어도 5년은 만나자고 합니다. 서점이 완성되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점 완성은 단순히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다거나 맛있는 음료가 준비된 게 아니라 질문이 서점에 꽉 찬 상태거든요. 5년 동안 질문 서점, 동네 서점으로서 그 기능을 다하면 그 이후까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매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서점을 알고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알고 처음에는 호기심만 가지고 오시겠지만 올 때마다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저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문 서점답게 걸어간다!
- 얘기하면서 동네 서점의 역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서점의 인공위성이 마을의 서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 – 이건 정말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동네 미용실 같은 느낌 있잖아요. 동네 미용실에 가면 엄마들이 사랑방처럼 모여서 파마 안 해도 소파에 앉아서 떠들거든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동네 서점은 그냥 책을 읽으러 다녔어요. 사러 가지 않아요. 하지만 점점 독립서점에서는 책을 사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그 공간 자체가 가까워야 하고 조금 더 자주 오고 싶고 그렇게 조금씩 친해져서 책도 사고 이렇게 연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 같아요.
- 단순히 이 공간뿐만 아니라 서점 시장 전체를 생각했을 때 에디터 씨 생각에는 5년 후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까요? 어려워질까요?
- – 저는 사실 에디터로 일하긴 하지만 다른 서점의 MD와 같은 수준은 아니어서 예측은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그냥 이렇게 됐으면 좋긴 해요. 지금의 경우는 한정적인 주제에 한해 책 판매가 활성화된 것 같습니다.
- 나는 전공이 인문학이기 때문에 인문학 관련 책이 더 읽히고 더 잘 팔려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더 깊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허울뿐인 느낌이 듭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이 골고루 팔려야 서점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5년 후에는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 에디터 장미란
장미란 에디터 씨는 언제부터 서점의 인공위성과 함께 하시게 된 건가요?
- 나는 인공위성 오픈을 앞두고 면접을 보고 함께한 케이스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그 공고를 우연히 봤어요. 평소에 독립서점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서점을 팔로우 했었는데요. 광고 자체가 그런 관심사를 기반으로 올라오잖아요. 그 혜택을 받았습니다.(웃음)
- 독립서점 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 작고 예쁘고 카페와는 좀 다른 느낌이니까요. 책도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 독립 출판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잘은 아니지만 독립서점에 자주 가곤 했어요. 또 제 친구가 독립 출판물을 직접 만들기도 해서 더 관심이 있었던 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점의 인공위성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 독립서점을 좋아하는 거랑 거기서 일하기로 결심하는 건 좀 다르잖아요.
- – 처음에는 낭만을 가지고 지원했습니다.(웃음) 일을 해보니 확실히 다르네요. 저는 어쨌든 실무를 처리하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책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인터뷰하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 세 가지 모두 여기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에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일이 재미있어집니다.(웃음)
- 책읽기,글쓰기,인터뷰하기,물론좋아하는이유가있을지도모르겠지만)각각 왜좋아하는지물어보고싶습니다.
- – 그것에 대해 이유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웃음) 책의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읽어온 것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자주 읽었던 것은 만화책이었습니다. 만화의 목민심서, 만화의 삼국유사 같은 것입니다. (웃음)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좀 외로운 편이었거든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이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책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 처음 글을 쓴 것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분노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안에 쌓이는데 푸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걸 글로 다 풀어버렸어요. 개운한 기분이었어요. 글은 저에게 좋은 표현 수단이라고 할까요?
- 인터뷰 같은 경우는 저는 친구와 상담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 부분이 인터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상담이라는 게 누군가와 마주보고 대화하는 거잖아요. 일방적으로 듣는 것도 있겠지만 뭔가 조언을 해주거나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인터뷰도 그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사람에 대해 제가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인터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는 직장에서 일할 때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그 직장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순모킹] 서점의 인공위성은 에디터 씨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 두가지 버전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 버전과 이상적인 버전입니다. 현실 버전은 내가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터입니다. 이상적인 버전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돈을 벌면서 할 수 있게 해주는 점입니다.
-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지금까지 경험해 온 일터 중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 공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질문을 드린 분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독서모임에 참석하거나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담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혹은 느낀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 저는 사실 사건처럼 상황을 기억하기보다는 그분들이 기억에 남거든요. 인터뷰를 한 분들과 대화를 할 때 그분들의 눈빛, 표정, 말투 같은 거예요. 인상 깊었던 분은 제가 서점에 와서 제일 먼저 책을 선정하고 그 과정에 참여해 주신 서현 씨. <그리스인 조르바>를 기부해 주신 분입니다. 지금도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다가 1월 독서모임의 경우도 포스터를 공인중개사에게 붙였거든요.(웃음) 서로 돕는 관계죠.
- 그리고 저희 매장에 두 번 이상 오신 분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데 그분들이 오시면 ‘어머, 또 오셨네요’ 하면서 알아보고 대화가 조금씩 이어지거든요. 그러면 조금 더 앉았다가 돌아가기도 하고 책을 펼쳐보기도 합니다. 그런 게 기억에 남아요. 그런 게 저한테는 인상적인 거였어요.
- 지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에디터 장미란 씨가 생각하는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회는 항상 옳은 대답만 강요했거든요. 정답이있다,그답을찾아야된다,수능문제도그렇습니다. 사실 정답은 없잖아요. 그냥 나만의 답이 있을 뿐이에요. 하지만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왜 맞는 대답이지?’ 이게 맞는 답이 아니면 왜 그런가. ‘그럼 이건 답이 되지 않을까?’ 이런 질문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올바른 답은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질문을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해야 한다기보다는 ‘질문을 하면 본인이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질문으로 책을 접하는 사람도 있지만 질문이 없는 상황에서 책에 대한 질문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도 그런 단서를 주곤 하니까요. 질문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 ‘뭔가’ 바뀐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에디터 장미란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 사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저를 보면 어때요? 내가?
- (웃음) 이렇게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인데요. 처음 만났을 때는 이 공간과 잘 어울리는 분이었어요. 편안하고 따뜻한 분 같았어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보니 냉철한 분 같기도 하네요.(웃음)
- – 제가 추구하는 건 냉철한 느낌이지만(웃음), 사실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탄탄하고 계획적인 인생입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안 뒤에는 제가 저를 정의하기가 어려워요. 매 순간 바뀔 수도 있고 또 내 생각과 내 몸이 다를 때도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자기가 어떻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 에디터 장미란 씨는 질문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반대로 에디터님 입장에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없나요? 인공위성을 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던지고 싶은 질문도 있을 겁니다.
- – 물론 있지만 가능하면 제가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쏘아 올리는 질문은 어쨌든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게 일정한 틀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각자 그런 질문이 없는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10년 후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없습니까?
- – (웃음) 제가 올해 들어 앞자리가 바뀌었거든요. 10년 뒤에는 또 앞자리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감회가 새롭지만 자신에게 항상 물어보는 게 ‘꼰대가 된 거 아니야?’라는 거예요. 아마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 1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 – 모르겠어요. 예측 불가능해요. (웃음) 저는 30살이 되었을 때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고, 이런 고민을 가지고 살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이렇게 사니까 10년 뒤면 더 모르잖아요. 제 장래를 예측하고 싶지 않아요. 요즘은 비전(Vision)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그런 걸 짜는 게 너무 싫어요. 그냥 하루하루 계획에 충실하면서 살고 싶어요.
[사진 촬영 및 제공 = 작가 김예슬] 서점의 인공위성에 대해서 올해 그리고 장기적으로 원하는 게 있나요?
-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위성에 와서 자신만의 기억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인공위성은 질문 서점이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받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그건 정말 형식적인, 서점 하면 딱 생각날만한 대답인 것 같고, ㅎ 그냥 여기 인연이 있어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대화의 문을 열 수도 있고 질문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리고 5년 후에 질문이 많이 쌓여서 이 공간에 책을 촘촘히 꽂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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