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본 지 좀 됐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조용히 공개된 미드 <포즈> 시즌3 얘기를 해볼까 해. 라이언 머피가 제작에 참여한 미국 영화제는 1980~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흑인과 라틴계 중심의 LGBTQ 공동체를 그렸다. 패션쇼를 보는 듯한 화려한 보기 문화로 시선을 사로잡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강고한 차별 속에서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구성원의 이야기가 가슴 아픈 곡선을 그리면서도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누군가는 난관에 부닥친 사람들의 고난이 쉽게 해결된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서로에 대한 끝없는 지지와 이해, 사랑과 우정에 기초한 이들의 연대는 아름답고 숭고하므로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포즈> 시즌3는 보기를 다투던 하우스 문화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1994년부터 시작된다. 블랑카는 이타적인 성격에 딱 맞는 간호조무사가 됐고(의사 남자친구도 생겼다), 엘렉트라는 음지의 영역에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프레이텔은 친구와 동료를 계속 에이즈로 잃자 스스로를 내놓고 술에만 의존한다. 에인절도 불안하다. 본격적으로 모델의 길에 들어섰지만 어느새 일이 뚝 떨어진 것이다. 파피의 사업은 잘 돼가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에이즈 공포와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차하는 바쁘고 우울한 현실에 이끌려 뿔뿔이 흩어지는 듯했던 이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역시 블랑카다.
블랑카는 포즈의 세 시즌에 걸친 주제가 응축된 인물이다. 삶이 아무리 잔인하고 고단해도 인간이기 때문에 희망을 꿈꾸고 사랑을 나누며 서로가 힘들 때 빛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에이즈라는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등대 같은 존재인 그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너져가는 플레이텔을 돕기 위해 일어선다. 그 혼자라면 버겁겠지만 블랑카와 프레이텔에게는 표현 방식은 달라도 서로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하우스 가족이 있다. 캔디의 죽음을 미처 극복하지 못한 루루와 자신감을 잃었던 에인절도 가족과 같은 주위 사람들 덕분에 술과 약에 의존하던 일상에서 벗어난다.
시즌 33화는 이 끈끈한 유대감이 엉뚱하고 재미있게 드러나는 에피소드다. 지난 시즌 본의 아니게 시신을 보관하게 된 엘렉트라는 경찰의 부당한 수사로 살인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 유치장에 갇힌 그는 블랑카에게 도움을 청하고 트렁크를 숨기는 과정에서 파피와 리키, 그리고 블랑카의 연인 크리스토퍼까지 알게 된다. 시체가 든 가방을 가리는 작업이 범죄 코미디를 보듯 전개되지만 이들이 침묵하는 사연을 들여다보면 트랜스젠더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웃음 한구석에는 쓴맛도 배어 있다.
이번 시즌에는 블랑카, 일렉트라, 플레이텔이 인상적이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블랑카는 사람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믿음을 보상받기라도 한 듯 꽃길을 걷기 시작한다. 간호조교에서 시작해 간호사가 돼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봤고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애인도 만났다. MJ로드리게스는 헌신적이고 선량하며 비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을 부드럽게 진실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블랑카라는 캐릭터에 더 공감하게 된다. 엘렉트라는 시즌3의 활력소다. 어른들의 비즈니스를 펼치지만 이탈리아 마피아와 견줄 만큼 박진감 있고 배짱이 두둑하다. 에인절은 로맨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배포를 보여준다. 도미니크 잭슨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자 누나의 포스를 한껏 뽐내는 일렉트라가 정말 잘 어울린다. 삶과 죽음의 주제를 가진 플레이텔은 가장 감정적으로 거세게 몰아치는 인물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다운 방식으로 퇴장하지만 화려함과 어둠이 공존하는 복잡한 인물에 연민을 느끼게 하는 빌리포터의 연기가 탁월하다.
<포즈>는 시즌 3에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이라는 외로움보다는 이제까지 추구했듯이 블랑카 엘렉트라 엔젤 루루 그리고 파피와 리키 등 하우스 가족들이 행복한 여정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하다. 현실도 그들처럼 기쁜 마음으로 웃을 수 있기를.
https://blog.naver.com/uri000/221462695044 <포즈(POSE)>는 드물게 LGBTQ를 전면에 내세운다. 주요 배역은 라틴과 흑인 트랜스젠더가…blog.naver.com https://blog.naver.com/uri000/221718448537 최근 드라마를 봤는데 나태에 굴복시키기 위해 한꺼번에 한꺼번에 한꺼번에 올리는 것. 세 작품이 공교롭게도 두 번… blog.naver.com